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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규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공정 경쟁을 위해 빅테크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빅테크 규제안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를 놓고 다양한 전문가 의견이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는 빅테크 규제 강화에 대한 배경, 공정위 개정안의 주요 내용, 경쟁법 전문가의 의견, 그리고 국내외 반응 등을 살펴봅니다.
1. 빅테크 규제의 필요성과 세계적 흐름
빅테크 기업, 특히 구글, 애플, 메타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거대한 사용자 수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력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거나 소규모 경쟁사들을 밀어내는 경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따라서, 공정한 시장 환경을 유지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규제의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안을 이미 도입하거나 강화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이 흐름에 발맞춰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통해 주요 빅테크 기업을 '사전 지정'하여 이들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도록 규제하는 방안을 입법화했습니다.
2. 공정위 개정안의 주요 내용: 사전 지정 vs. 사후 추정
한국 공정위는 지난 9월 '사후 추정' 방식을 적용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사전 지정 방식은 지배적 사업자를 미리 지정하여 독과점 행위가 발생할 시 별도의 증명 과정 없이 조사와 심의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도로, 유럽의 DMA에서 채택된 대표적인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유럽은 애플, 메타 등 특정 기업을 독점적 사업자로 지정해 이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정위 개정안은 이러한 '사전 지정' 방식을 철회하고, 플랫폼 기업의 시장 점유율과 사용자 수를 기준으로 독점적 사업자를 '사후 추정'하는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이는 공정위가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이거나, 사용자 수가 1천만 명을 초과하는 경우 등을 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하여, 법 위반 행위 발생 시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증명 과정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지만, 필요 시 적절한 법 집행을 가능하게 하는 대안으로 제시되었습니다.
3. 전문가 의견: 현행 공정거래법 집행 강화를 통한 실효적 규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이황 교수는 이러한 공정위의 규제 방안에 대해 "현행 공정거래법 집행을 강화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교수는 공정위 개정안에 따른 사후 추정 방식 역시 빅테크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를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특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현행 법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공정위가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외국계 빅테크 기업을 국내 기업만큼 철저히 조사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언급했습니다. 미국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만약 한국에서 빅테크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안을 마련할 경우, 미국이 통상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는 특히 공정위 개정안이 미국에서 자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과도한 규제를 가한다는 이유로 문제 삼을 여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미국 하원에서는 국내 디지털 규제가 자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통상법 301조에 따른 대응 조치를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4. 규제 강화를 위한 대안: 공정거래법 집행에 대한 지원 강화
이 교수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규제 대상을 확대하거나 새로운 규제법을 마련하기보다는, 현행 공정거래법을 더욱 강하게 집행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실효성이 높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규제 집행에 필요한 시간과 자원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위의 인적·물적 자원을 강화하고, 조사 및 집행 과정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는 또한 글로벌 빅테크가 규제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규제 강도와 대상을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국내에서 마련하는 빅테크 규제가 유럽 DMA와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미국과의 통상 마찰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
빅테크 규제는 복잡한 경제 환경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각국의 입장과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그 접근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에서의 파급력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경쟁법 전문가의 견해에 따르면,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현행 공정거래법을 보다 강하게 집행하고, 조사 과정에 필요한 자원을 충실히 보강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미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